서도호 500점이 서울에 모였다 — 국립현대미술관 최대 규모 개인전 오늘 개막

LIVING INDEX · SPACE / EXHIBITION

‘집’을 천으로 다시 짓고, 문손잡이와 콘센트까지 기억의 일부로 옮겨온 서도호의 작업이 오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크게 펼쳐집니다. 8월 27일 개막하는 《서도호》는 초기작과 드로잉부터 대표 설치, 최근 프로젝트까지 약 30년의 작업 5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대규모 개인전입니다.

리빙과 공간의 관점에서 이 전시를 볼 이유는 명확합니다. 서도호에게 집은 배경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치수와 이동, 관계를 기록하는 장치입니다. 벽·문·복도 같은 평범한 건축 요소가 어떻게 개인의 기억과 정체성을 담는지, 실제 공간을 걸으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도호의 공공미술 작품 Fallen Star
Do Ho Suh, Fallen Star, UC San Diego — 이번 MMCA 전시의 출품작 사진이 아니라 서도호가 ‘집’을 다뤄온 방식을 보여주는 이전 공공미술 작품입니다. Photo: sarahmirk · Wikimedia Commons · CC BY 4.0 · 원본/라이선스

500여 점으로 다시 보는 ‘집’이라는 질문

국립현대미술관과 주요 후원사 제네시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드로잉, 조각, 영상, 설치 등 약 500점으로 구성됩니다. 연합뉴스는 서도호의 작업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습니다.

전시는 특정 시기나 장르를 잘라 보여주기보다 초기 작업과 최근 작업, 집과 신체, 공간과 시간이 서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구성됩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반투명 패브릭 건축만 보고 나오는 전시라기보다, 그 형태가 어디에서 시작됐고 이후 어떤 질문으로 확장됐는지를 따라가는 회고에 가깝습니다.

DO HO SUH · MMCA SEOUL
약 500점 · 2026.08.27–2027.02.09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초기 미공개 작업부터 ‘러빙/러빙’, ‘완벽한 집’, ‘둥지/들’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약 30년의 작업을 아우릅니다.

집 전체보다 문턱과 스위치를 먼저 보게 되는 이유

서도호의 패브릭 건축은 멀리서 보면 집의 윤곽이 먼저 들어오지만, 가까이 갈수록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문고리, 전등 스위치, 콘센트, 계단, 통로처럼 평소에는 배경으로 지나치는 요소가 정교하게 재현됩니다. 익숙한 공간을 기억할 때 사람은 평면도 전체보다 손으로 만졌던 문고리나 매일 지나던 좁은 복도를 더 선명하게 기억하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 역시 작가가 여러 도시에서 살아온 공간을 반투명 구조 안에 겹쳐 놓습니다. ‘완벽한 집’이라는 하나의 이상형을 제안하기보다, 이사를 거듭하며 축적된 여러 집이 동시에 한 사람 안에 남는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인테리어를 볼 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좋은 공간을 결정하는 것이 강한 스타일인지, 아니면 매일 반복되는 작은 동작을 받아주는 디테일인지. 서도호의 작업은 후자에 가까운 시선을 요구합니다.

‘러빙/러빙’ — 벽을 그리는 대신 문지르며 기록한다

Rubbing/Loving 연작은 실제 공간의 표면을 종이로 감싸고 손으로 문질러 벽, 문, 손잡이, 몰딩의 흔적을 떠내는 작업입니다. 사진처럼 공간을 바라보는 대신, 피부처럼 표면을 접촉해 기록합니다.

이 방식이 흥미로운 이유는 건축을 시각적 형태만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입니다. 벽의 높이와 방의 비례보다 표면의 요철, 모서리, 반복적으로 손이 닿는 부분이 더 중요해집니다. 재료를 선택할 때 사진 속 컬러만 보는 것과 실제로 손끝에 닿는 질감까지 생각하는 것의 차이와도 닮아 있습니다.

공간을 보는 네 가지 단서
문턱 — 방과 방 사이의 경계가 몸의 움직임을 어떻게 바꾸는지
손잡이 — 가장 자주 접촉하는 작은 하드웨어가 기억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
복도 — 목적지가 아닌 ‘이동하는 공간’이 집의 리듬을 어떻게 만드는지
투명성 — 벽이 사라졌을 때 내부와 외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둥지/들’에서는 집이 하나가 아니라 겹쳐진다

공식 전시 페이지의 대표 작품인 둥지/들(2024)은 폴리에스터 천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길이 21m가 넘는 설치입니다. 제목처럼 하나의 집보다 여러 공간과 구조가 연결된 상태에 가깝습니다.

서도호의 집이 흥미로운 것은 원형을 완벽하게 복원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 건축의 디테일은 정밀하게 옮기지만, 재료를 반투명한 천으로 바꾸는 순간 집은 무게와 기능을 잃고 기억에 가까운 상태가 됩니다. 단단한 벽이었던 것이 접히고 운반될 수 있는 표면이 되는 셈입니다.

가구와 인테리어에서도 ‘오래 남는 것’이 반드시 무겁고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사와 생활 변화에 따라 옮겨지고 다시 조립될 수 있는 것, 그리고 특정한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오래 지속되기도 합니다. 이 전시는 집의 물리적 고정성과 개인의 이동성을 계속 충돌시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 Source: 서울특별시 / Wikimedia Commons · CC BY 4.0 · 원본/라이선스

처음 간다면 작품보다 ‘동선’을 따라가도 좋다

이번 전시는 작품 수가 많기 때문에 모든 작품의 설명을 읽으려 하면 오히려 공간 경험이 끊길 수 있습니다. 처음 방문한다면 집이라는 형태가 어떻게 점점 해체되고, 신체·도시·공동체로 확장되는지를 중심으로 보는 편이 좋습니다.

볼 지점관람 포인트
초기 작업 / 시드 뱅크지금의 ‘집’ 작업으로 이어진 질문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러빙/러빙공간을 시각이 아니라 손의 접촉으로 기록하는 방식
완벽한 집여러 도시의 거주 경험이 하나의 구조에 겹치는 방식
둥지/들개인의 집이 관계와 공동체의 구조로 확장되는 지점
다리 프로젝트서울과 뉴욕 사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중간의 집’을 상상하는 방식

오늘부터 2027년 2월 9일까지

전시는 8월 27일부터 2027년 2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립니다. 서울관은 월·화·목·금·일요일 10시부터 18시, 수·토요일은 21시까지 운영합니다. 개별 전시 관람료는 전시에 따라 별도 책정되므로 방문 전 공식 예약 페이지에서 현재 회차와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개막 주간에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이어집니다. 8월 27일 STPI와의 협업을 다루는 토크가 열리고, 28~30일에는 ‘실로 그리는 집’ 워크숍이 예정돼 있습니다. 일부 프로그램은 이미 예약이 마감된 상태라 전시 자체의 예약 가능 시간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VISIT CHECK
기간 — 2026.08.27–2027.02.09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운영 — 월·화·목·금·일 10:00–18:00 / 수·토 10:00–21:00
예약 — 공식 전시 페이지의 ‘전시예약 바로가기’에서 회차 확인
팁 — 작품이 약 500점이라 처음부터 모두 읽기보다 ‘집 → 표면 → 이동 → 공동체’라는 흐름을 정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집을 디자인한다는 말의 범위를 넓히는 전시

서도호의 작업을 인테리어 레퍼런스로 곧바로 복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투명 천이나 특정 형태를 따라 하는 순간 오히려 핵심에서 멀어집니다. 더 오래 남는 질문은 사람이 공간에서 무엇을 기억하는가입니다.

평면의 효율, 소재의 고급스러움, 유행하는 컬러도 중요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매일 열고 닫는 문, 몸이 스치는 통로, 창밖의 방향, 오래 만져 색이 변한 손잡이가 집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500여 점을 보고 나서 자신의 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는 것. 이번 전시를 리빙의 관점에서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참고 / 공식 링크
국립현대미술관 · 《서도호》 공식 전시 페이지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관 관람정보
Genesis Art Initiative · MMCA 《서도호》
Yonhap News · Do Ho Suh exhibition preview · 2026.08.26
Wikimedia Commons · Fallen Star by Do Ho Suh · CC BY 4.0
Wikimedia Commons · MMCA Seoul · CC BY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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